예수님 당시 세례에 관하여(요한복음 1장 25절)
요한복음 1장 25절
또 물어 이르되 네가 만일 그리스도도 아니요 엘리야도 아니요 그 선지자도 아닐진대 어찌하여 세례를 베푸느냐
당시 사람들에게 세례가 무엇이기에 왜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베풀 권위가 있냐고 물었봤던 것일까? 연구해보자.
요한복음 1장 25절에서 예루살렘의 종교 지도자들이 "네가 만일 그리스도도 아니요 엘리야도 아니요 그 선지자도 아닐진대 어찌하여 세례를 베푸느냐"라고 질문한 것은, 당시 유대 사회가 세례를 단순한 정결 예식이 아니라 종말론적인 구원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권위 있는 행위로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메시야, 엘리야, 혹은 '그 선지자'만이 이 권위를 가진다고 생각한 배경에는 구약성경의 예언과 당시의 유대교적 관습이 깊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1. 세례의 유대적 배경: 일반 정결 예법과 '개종자 세례'
요한의 세례가 등장하기 전, 유대 사회에는 두 종류의 중요한 물 예식이 있었습니다.
1) 정결 예법(Tevilah): 율법에 따라 부정하게 되었을 때 행하는 반복적인 의식입니다(레 11-15장). 이는 주로 성전 예배에 참여하기 위한 자격을 회복하는 데 목적이 있었고, 스스로 미크바(mikvah, 정결 예식용 목욕탕)에 들어갔습니다.
2) 개종자 세례: 이방인이 유대교로 개종할 때 할례, 제사와 더불어 행해졌던 일회성 의식입니다. 이 세례는 과거의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씻고 언약 백성의 일원으로 새롭게 태어남을 상징했습니다.
요한의 세례는 후자인 '개종자 세례'와 유사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는 이미 언약 백성이라고 자부하던 유대인들을 향해 세례를 베풀었는데, 이는 "너희 역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회개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외부인'과 같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이는 기존 유대인들의 선민의식에 큰 도전이었습니다.
2. 구약에 예언된 '종말론적 정결'
더 중요한 것은, 구약의 선지자들이 메시야 시대(종말의 때)가 오면 하나님께서 직접 자기 백성을 영적으로 정결하게 하실 것을 예언했다는 점입니다.
* 에스겔 36:25: "맑은 물을 너희에게 뿌려서 너희로 정결하게 하되 곧 너희 모든 더러운 것에서와 모든 우상 숭배에서 너희를 정결하게 할 것이며"
* 스가랴 13:1: "그 날에 죄와 더러움을 씻는 샘이 다윗의 족속과 예루살렘 주민을 위하여 열리리라"
* 이사야 4:4: "이는 주께서 심판하는 영과 소멸하는 영으로 시온의 딸들의 더러움을 씻기시며 예루살렘의 피를 그 중에서 청결하게 하실 때가 됨이라"
이러한 예언들은 유대인들에게 '물로 정결하게 하는 예식'이 메시야 시대의 도래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었습니다. 요한이 베푸는 대규모의 회개 세례는 바로 이 종말론적 정결 예언의 성취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누가 감히 이 예언적 행위를 주관할 권위가 있는가?"라고 질문하게 된 것입니다.
3. 세례를 베풀 권위자로 지목된 세 인물
이러한 배경 속에서, 유대인들은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특별한 권위를 부여받은 종말론적 인물만이 이 거대한 정결 예식을 집행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1. 그리스도 (메시야): 당연히 메시야는 다윗의 왕위를 계승하여 이스라엘을 구원하고 하나님 나라를 세울 주역이므로, 자신의 백성을 정결하게 하여 새 시대를 열 권한을 가진다고 여겨졌습니다. 그의 통치는 영적 정화와 함께 시작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2. 엘리야: 구약의 마지막 예언인 말라기 4장 5절은 "보라 여호와의 크고 두려운 날이 이르기 전에 내가 선지자 엘리야를 너희에게 보내리니"라고 약속합니다. 엘리야의 사명은 백성의 마음을 하나님께로 돌이키게 하는 것(회개)이었습니다. 따라서 회개를 촉구하며 세례를 베푸는 요한의 사역은 엘리야의 재림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3. 그 선지자: 신명기 18장 15절에서 모세는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 가운데 네 형제 중에서 나와 같은 선지자 하나를 너희를 위하여 일으키시리니"라고 예언했습니다. 유대인들은 모세와 같은 막강한 권위를 가진 선지자가 마지막 때에 나타나 새로운 율법이나 하나님의 뜻을 전달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모세가 시내산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언약을 맺고 정결 예식을 행했듯이, '그 선지자' 역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예식을 제정할 권위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결론
요컨대, 요한복음 1장 25절의 질문은 요한의 세례가 단순한 목욕이나 개인의 정결 의식을 넘어, 구약에 예언된 종말론적 정결의 성취로 비쳤기 때문에 제기된 것입니다. 이처럼 시대의 전환을 알리는 거대한 상징적 행위는 오직 하나님이 보내신 최종적인 인물들, 즉 그리스도, 엘리야, 또는 '그 선지자'만이 행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사역이라고 당시 유대인들은 굳게 믿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질문은 "당신이 그들이 아니라면, 무슨 권위로 이 마지막 때의 일을 행하는가?"라는 신학적 정당성에 대한 심문이었던 셈입니다.